2012년 가을, 구월의 일요일. '체험, 삶의 현장!'
제조업에 근무하는 나는 추석을 맞이하여, 대규모의 추석 선물 세트 지원을 나갔다. 사무실에서만 일을 하다가, 박스 먼지로 목이 아파오는 매장 창고에서 일을 하는 것은 일년 중에서 상/하반기 보고 다음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아닐까 싶다.
평소에 하지 않던 육체 노동을 통해 노동의 신성함을 느끼기보다는, 나의 화려하고 화창한 일요일이 훌러덩 날라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실제로 육체 노동은 힘들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서러움이 느껴진다. 아, 고작 하루 일했는데 이 정도다. 훗훗훗.
포장의 달인, 나도 이제 포장할 줄 알아요~.
선물을 포장하는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그렇게 쉬울 수가 없지. 선물세트 안에 들어있는 유리병을 하나씩, 하나씩 별도로 싸서 유리가 깨지지 않도록 했다. 더군다나 선물 세트 안에 들어있는, 종이로 된 장식지 때문에 일이 더 힘들어졌다. 그 장식지가 끼어 있어서, 유리병을 들었다가 장식지를 끼고, 또 유리병을 다시 구멍에 맞춰서 넣어야 했다. 아, 이런 작은 것이 나를 힘들게 할 줄이야......
그렇게 유리병 세개를 흰색 스티로폴로 되어 있는 포장지에 싼 다음 선물세트 내부 포장 완성.
이마트 창고에서 그날 하루 동안 나를 담당해준 고정사원님이 '포장하고 계세요~'라고 해서 나는 생각없이 (그렇다. 사람은 늘, 항상,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한다!) 선물 포장하듯이 쌌다. 세트를 전체 감싼후 테이프로 잘라서 붙이는 방식으로 말이다. 싸라고 한 선물세트를 다 싸아서, "야호!~ 이제 집에 가겠구나~! 에헤라 디어라~" (남은 오후를 좀 더 건설적으로, 가을 햇살을 맞으면서 공원에라도 가서 앉아 있을 수 있겠다~라는 들뜬 마음이었다.)
고정사원님은 내가 있던 어둡고 캄캄한 창고 골목 안으로 들어오시더니 "어머! 이거 이렇게 하면 안되는데! 다시 싸야겠네!" 하시면서 내게 시범을 보여주셨다. 진정으로 포장을 하는 법에 대해서 말이다. 이 포장은 선물세트이이나, 선물용 포장이 아닌 유리병 보호를 위한 택배 포장이기에 최대한 테이프를 많이! 활용했다.
일단 십자로 싼다. 사각 선물 세트의 테두리를 감싸고 그 다음 십자 모양으로 또 싼다. 두번씩 둘러준다. 테이프 소리가 "쫘악! 쫘악!" 나게 말이다. 아.아.아. 고정사원님의 포장 솜씨를 보고, 나는 내가 어설프게 싸놓은 선물 세트들을 보고, 좌절 또 좌절을 했다. 포장을 너무 열심히 했던 탓인지 테이프가 부족했다. 사원님은 이미 식사를 하러 가셨다. 둘둘둘 말려져 있는 포장을 규격대로 자르고 나서도 시간이 남았다. 나는 박스에 쌓여 겨우 마련된 공간에 몸을 기대었다. 스.르.르. 잠이 몰려왔다. 한 십오분이 지나자 고정사원님, 다시 테이프 들고 돌아오셨다.
육체노동은 힘들다. 사무노동도 힘들지만 환경이 열악하니 더 힘들다. 아, 집으로 오는데 침 삼키기가 쉽지 않았다. 먼지가 꽈악, 목 안에 들어차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모든 경험은 살이 되고, 피가 되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