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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가족

*삼년째 

내가 미군 가족이 된지 벌써 햇수로 삼년째다. 암튼 세상은 신기하다. 미군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삶을 살다, 남편을 만나 가족이 되고 나는 자연스럽게 미군 가족이 되었다. 

사실 그 의미는 그냥 삶 자체이기에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정말 군인 가족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것이 어떤 것인지 몰랐기 때문에, 깊이 생각할 수도 없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군인가족으로 살면 의료혜택, 주거문제 해결과 같은 장점만 생각하다가, 이 장점들이 참말로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최근들어 인지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데이트를 할 때는, "나 미공군에 지원했어. 우리가 결혼하면 어디든지 가서 살 수 있어"하는 신랑의 말에 정말 내가 홀라당 넘어간 아주 순진한 아가씨에서 지금은 좀 과격한 아낙네가 된것 같다. 

* "It is all about meeting people"

최근의 변화는 내가 꽤나 많은 영역에 부대 행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이런 저런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을 주고 받고,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 것을 보는일은 신기하고, 재밌고, 또 물론 에너지 쏟는 일이다. 최근에는 Asian Pacific Islander 기념 행사가 있어서, 필리핀 음식 룸피아를 말고, 튀기고, 또 유사한 행사에서 갈비를 굽고, 그 냄새 속에서 사람들과 말을 섞고 인사를 나눴다. 남편의 상사인 중령 부인이 행사에 오더니 하는 말씀, "이런 게 다 결국 사람들 만나는 일이다." 그런것 같다. 얼굴 비추고, 웃고, 이야기 나누고, 그런 모든 것들이 네트워킹이고 사람관계고 사람 살이가 아닐까. 군에서 20년 넘게 서바이벌한 군인 가족의 말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특히나 나처럼 성인이 되어 미국의 온 경우, 정말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게 중요한것 같다. 

*페루에서 온 그녀, 오클라호마에서 멋진 삶을 살다. 

최근 체육관에서 하는 수업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줌바 수업이 특히 내게 많은 에너지를 준다. 에어로빅 같은 것인데, 라틴 음악도 들어가고 살사 춤 같은 동작도 있고, 무엇보다도 뭔가 제대로 하지 않아도 대충 춤 추는것 비슷하게 하다보면 신이 나고 즐겁다. 이 수업에서 알게 된 페루에서 오신 여인! 한번은 수업에 이 분과 나만 있어서, 수업이 끝나고 한창 수다를 떨었다. 긴 인생 이야기 끝에서 이 분의 말씀, "여기에서 사는 이상, 여기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말이 안통해도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답이다." 지당한 말씀같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가 미국에서 잘 지내려면 이런 마인드를 꼭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