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콜로라도

미국 대체 교사의 일일 기록: 특수 교육 반에 들어가다.

콜로라도에서 초등학교 대체 교사로 일한지 두 달이 넘었다. 오늘은 그 일상을 대략적으로 적어보고자 한다. 언젠가는 이 글을 보며 아, 이때 참 그래도 많이 행복했었고 나름의 안정을 찾고 있었구나. 하고 느끼기를 바라며...... 


오전 6시가 조금 넘어서 기상했다. 무엇이든지 시작이 힘들다. 하루의 시작은 기상. 씻고 부엌으로 나오면 대략 6시 반이다. 남편님은 워낙 아침잠이 적은 편이라, 그도 후다닥 일어나서 내 도시락을 싸 주고 커피도 만들어 줬다. 이런 섬세한 남자의 배려와 노력을 생각해야 한다. 어쨌든 그가 싸 준 도시락과 내 백을 메고, 그 전에 아이디 목걸이를 반드시 해야 한다. 미국의 학교. 총기 소지와 총기 사건이 학교에서 많이 일어나고 아무리 초등학교라해도 더욱더 건물 내에 있는 성인들에 대한 신분을 확실히 보장해야 하기에, 이 신분 목걸이는 별 것 아닌것 같은데, 실제로는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나 나같은 대체 교사들의 경우, 매일 학교가 바뀌는게 일상이기에 내 신분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은 학군이 표시되어 있고, 내 얼굴 사진과 이름이 들어있는 목걸이를 보여주면 사람들은 재빨리 나를 파악한다.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목걸이를 차고 양 손에 핸드폰과 차키가 있으면 집을 나설 준비가 되었다. 


대체 교사로서 아이디 목걸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학교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구글 맵:GPS가 없는 시대에 이민을 왔다면 아마 난 이 직업을 못가졌거나, 엄청 곤란을 겪었을것이다. 거의 매일 다른 학교에 가야 하고, 학교는 거의 처음 가 보는 학교들이다. 이 일을 한 지 두 달이 된 현재로서는 이미 가 본 학교도 여러 군데 있지만, 여전히 가 보지 못한 학교도 상당수다. 지도가 말해주는대로 천천히, 주의를 요리조리 잘 살피면서 학교에 간다. 그래서 내가 이 일을 하면서 혼자 세웠던 신조는 10마일이 넘는 곳에는 가지 않는다였다. 그리하여 대부분 15분에서 20분이면 도착가능한 학교에 간다. 또는 지난 달에는 거의 3주를 한 학교에만 갔었다. 그 반 담임 선생님이 넘어져서 부상 당하는 바람에, 몇 주나 자리가 비게 되었고, 나는 유일한 이유 '이 학교의 지리에 익숙하고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무조건 그 학교에서 3주 가까이 일을 했다. 24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정말로 드물게 너무도 예의가 없었던 아이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만큼 대체교사이며 미국 도로 교통과 운전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나로서는 운전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안전 운전. 또한 처음 가 보는 학교는 주차장을 찾는것도 나로서는 쉽지 않기에 주차장까지 와서 안전 착지를 하면 그 후로부터는 쉽다. 

일단 사무실로 간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비서분들께 눈인사를 하고 내 신분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 분들이 결국에는 시스템에 '이 사람이 일했습니다.' 라고 일종의 도장 찍어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Guest Teacher Log에 이름, 도착 시간, 일 끝나는 시간, 사인, 담임 선생님 등의 정보를 기입한다. 그리고 하루 일과중 중요한 것은 바로 출석이다. 출석표 가지고 그 교실로 가면, 담임 선생님이 내게 주는 선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레슨 플랜 수업 계획서와 아이들에게 나눠줘야 할 종이들. 

오늘은 처음으로 특수 교육 반에 들어갔다. 대략 10여명이 되었고, 파라(보조 교사)가 2명이나 있어줘서 정말 수월했다. 지난 3주 간은 나 혼자 24명을 돌보느라 에너지가 엄청 많이 요구 되었는데, '오늘은 정말 운이 좋다!'라고 오전에 잠깐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잠깐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 반이 특수 교육 반이라, 아이들에게 말그대로 일대일의 깊은 관계가 중요해 보였다. 물론 처음 온 내게 아이들이 마음을 열 리가 없다. 다만 나는 담임 선생님이 남긴 수업표에 충실할 따름이다. 특수반 아이들중 한 명은 정말로 자신의 감정 표출에 솔직했고, 다른 아이에게 다가갈 때 너무도 가까이 다가가고, 상대방이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해 주면 무척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심각하게 화를 냈다. 퍼즐 조각들을 바닥에 던지고, 의자까지 던졌다. 혼자 복도로 나가 플라스틱 재활용 통을 마구 때리는 가 하면 다시 교실로 돌아와 이어폰이 들어있는 바구니를 내동댕이쳐버렸다. 결국 성인 4명이 이 아이를 차분하게 하는데 매달렸다. 일반 학습과 특수 학급은 확실히 다른 풍경이었다. 

점심시간은 삼십분. 대체 교사로서 또 한번 느끼는 것은 선생이든 학생이든 8시간 내내 한 교실에 있는 것은 그닥 좋지 않다. 기회가 있을 때 최대한 교실 밖에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리세스 쉬는 시간이 있으면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 서 있는 것도 이 따사로운 봄볕을 맡기 좋은 날이다. 교사 교실Teachers' Lounge에 가서 밥을 먹고 화장실도 썼다. 그리고 오후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데, 아뿔사! 비서님이 주신 교실 열쇠를 깜박했다. 10분이나 운전을 했건만, 다시 안전운전하여 학교로 돌아가 열쇠를 반납하고 귀가조치를 한다. 오늘 얻은 결론은 특수 학급 1일 교사로서 다양한 관찰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정말로 특수 교육과 일반 교육은 차이가 있다는 점. 그리고 언제나 한 학급에 성인 선생이건 보조 선생이건 부모 봉사자이건 성인이 많을 수록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으로 효과적이라는 것. 

이미지 출처: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