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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태도에 대하여 -살아가는 법, 피하는 법, 응대하는 법

최근에는 피곤함이 내 온 몸을 쭉쭉 엿처럼 늘어트려 놓았다. 미국에서 일일 교사Substitute Teacher 일은 겉으로 보면 뭔가 쉬워 보였다. 한 교실에서 약 30명 되는 아이들과 약 6-7시간을 함께 있으면서 놀아주면 된다. 그런데 이 일이 쉽지는 않다. 가끔가다 진상같은 어른들을 만나면 그 피곤함과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해진다. 

최근에 있었던 일 1. - 어이없는 교생 

며칠 전에 저학년 교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 반에는 이전에도 온 적이 있어서 친숙한 얼굴들이었다. 그런데 교사 의자에 토리버치 가방이 떡 하니 있길래, '혹시 담임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이 오면 인사를 해야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주 어려 보이는 20대 초중반의 백인 여성이 나를 보며 자기 소개를 한다. 교생이라고 했다. 아하 그렇구나. 그런데 그 날의 수업계획이 없길래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I can teach." 딱 한 마디 하고는 돌아선다. 그래. 그럼 니가 다~가르쳐라. 라는 생각도 들고, 참 뭔가 어이 없음이라는 큰 바위로 턱, 얼굴을 맞은 느낌이다. 그래도 일일 교사는 담임 교사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교실에서 내 자리는 담임 교사의 자리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리 버치 가방이 있던 자리가 비었기에 내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교생이 가르치는 것을 보기도 하고, 일 대 일로 학생들에게 단어를 알려주거나 학습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삼십분이 흘렀다.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요는 "당신이 그 교실에서 굳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 이미 그 반에는 성인이 두 명이나 되고 (교생, 보조) 4학년 교실에 지금 일일 교사가 한 명 있는데, 당신이 그 반을 도와주면 좋을것 같다."는 말이었다. 오 마이 갓. 나 지금 킥 아웃 당한거야?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고, 또 아무리 생각해도 이 교생이 사무실에 전화해서 꼰지른것 같았다. 머릿속이 부글부글 끓고 뭔가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일단은 '알았다. 그렇게 하겠다.' 라고 응대했다. 이 상황에서 정말 내가 사무실과 싸워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는 포기하는 마음이 있었다. 또한 일일 교사가 그 학교에서 일하는 동안 사무실 사람들과 사이를 나쁘게 하면 안될것 같았다. 그리고 가방을 챙겨 4학년 교실로 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되갚아줌은 그저 그 교생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무시하는 정도였다. 으. 분하다...... 

4학년 교실에 가니 백인 남자 선생이 조용히 애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선생님은 조용한데, 애들은 시끌시끌... 그래도 교생의 그 고약한 얼굴과 마음을 보지 않아도 되어 속이 편했다. 그래도 여전히 화가 났다. 그래서 그 반에 있던 자원 봉사자 아주머니와 이 일일교사에게 내가 방금 당한 일을 꼰질렀다. She just kicked me out of her classroom without talking to me or having any communication with me. How come that is possible? Does she have any right to do that? She is a student teacher, not my supervisor or principle! 내 말을 들어주는 상대방도 '그래. 너 말이 맞다. It is ridiculous!'라고 해줬다. 어흑흑. 동의를 받고, 지지를 받는 것 같아 그래도 조금 마음이 풀려서 다시 일을 했다. 

몇 시간이 흘렀다. 이 학교에서 일한 지 4번 정도 되었기에, 교장 선생님 얼굴을 익히고 있는데 그 분이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기다렸다. 마침 애들도 점심시간이라 할 일이 없었다. 교장 선생님과 처음으로 대화를 했다. 그리고 내가 겪은 일을 말했다. There was no cooperation with the student teacher. She just said 'I can teach.' 교장 선생님이 내 말을 듣더니, 그래. 그 교생이 너랑 먼저 대화를 했어야 하는 것 같다. 라고 말을 해 줬다. 어흑. 교장 선생님이 이렇게 동의를 해 줘서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뭔가 속이 좀 풀리는 기분이었다. 사실은 제일 좋은 것은 그 교생과 내가 대화를 하면서 푸는 것인데, 그건 아마도 불가능 할 것 같았다. 

어쨌든, 요즘은 좀 이러한 유사한 일들을 겪는다. 뭐랄까. '너와 내'가 함께 일하거나 함께 있는 공간에서, 정말로 사람들은 그 관계, 배려, 이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가 취할 것만 취하면 된다. 당신의 안위, 입장 같은 것은 배려 하지 않아도 된다. 배려? 그게 뭔데?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을 최근에 좀 만났다. 이런 상황에 놓였을때, 어떻게 응대하는 것이 맞는걸까? 사실 나는 이 상황에서는 좀 나름 적절하게 대응한것 같다. 내 상황을 주변에 알리고, 또 단지 주변만이 아닌 그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에게도 알리는 것이 내게는 도움이 되었다. 사실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교장 선생님이 그때는 '내가 그 사람과 말을 해 볼게.' 라고 내게는 말을 했을지 몰라도, 또 돌아서서는 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내가 교생실습을 할때도 겪었었다. 담임 교사와 나는 나의 학습 일정에 있어서 좀 입장 차이가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담임 교사가 정말 자기 일을 하기 싫어서 내게 엄청 많이 미루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일에 있어서도 같이 대화를 하는게 아니라, 내 앞에서는 배시시 웃으면서 It is okay. It is fine. 하고, 바로 교장한테 가서 이 일을 말하고, 자기 입장만을 대변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나는 그냥 정말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 일단 교생을 할 동안에는 사실 나는 갑일 수 밖에 없다. 학점을 따야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은 글중 이같은 행동들이 호주에서는 흔하단다. 서구 사회에서는 직장 내 갈등을 이렇게 해결하는 것일까? 직접 대응하지 않는것이 맞는건가? 하긴 나 역시 교생과 대응하지 않고 내 주변에 알렸으니 같은 방식으로 대응을 했다. 

어이없는 일 2 - 끼어드는 자의 태도 

예컨대 어제도 몰mall에서 음식을 시켰다. 우리가 원래 시키려고 했던 음식A는 시킬 때 종업원이 '그거는 7분 정도 더 기다려야 해요.' 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7분씩이나! 하는 마음에 B를 시켰다. 그런데 1분이 지났을까? 계산을 다 했는데, 종업원 뒤로 우리가 시키려고 했던 원래의 A가 금방 만들어 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 저거 A아니에요? 저걸로 바꿔주시면 안되요? 했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 이제 계산 다 되어서 안되는데요? 매니저한테 물어볼게요. 매니저한테 다녀왔더니 1달러를 더 내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A와 B의 차이가 1달러가 안되었다. 어물정거리고 있는데, 우리 뒤에 있던 처음 보는 여자가 뭔가 좀 우리를 한심하다는듯이 쳐다보면서 '그 1달러 내가 내 줄게.' 이런다. 이것도 참 어이가 없다. 도대체 무슨 마인드로 그런 질문이 나오는걸까?  이 상황은 앞에서 말한 직장 내에서의 갈등이 아니었다. 그리고 정말로 상대방은 갑자기 튀어나와, 우리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그냥 그녀가 보기에 1달러 가지고 실랑이 벌이는 것 같고, 그것 때문에 자기가 주문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자신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오만하게 1달러 가지고 그러는 거야? 라고 판단을 해 버리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야, 내가 1불 줄께. 빨리 나가. 이런 식으로 말까지 하는 그 자세는 정말 어이가 없다 못해,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런데 나도 화가나 한 마디 했다. 거기까지 였지만, 어휴. 참 그냥 마음이 다시 착찹, 짜증, 화, 어이없음 등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 몇 초의 순간이었지만, 그냥 참고 빨리, 정말 최대한 빨리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쉽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