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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대체 교사 10번의 산을 넘어.

미국에서 막 졸업하고 대체교사로서 일한 지 열 번을 넘었다. 

교생 실습을 할 때, 동료 교사 중 한 명이 그런 말을 했었다. "대체 교사 Substitute Teacher 할 때, 10번까지는 어떤 결단을 미리 하지 마시오." 그 만큼 힘들다는 말이냐? 10번 전에 미리 그만둘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대체 교사를 하면 애들은 자신의 담임 교사를 대할 때와 태도가 다르다. 한마디로 '당신은 오늘 몇 시간만 보면 안 볼 사람' 이라는 인식 때문에 나를 너무도 '물'로 본다. 열 번까지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당신들이 나를 물로 보지 않게 나만의 힘과 테크닉들을 키우는 것'이었다.  

기술 1. 뭐든지 빨리 빨리 한다. 

아~ 여러부운~ 저는 오늘 여러분의 담임을 대신할 *** 이라고 해요오~. 

이런 식으로 말했다간 애들이 나를 비웃거나 코웃음을 칠 게 뻔하다. 사실은 그런 생각도 했었다. 아이들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정서적으로 친해지는 것. 오우, 그러나 이것은 대체 교사의 현실적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한 생각이었다. 그 하루 8시간을 살아남으려면 초장부터 잘 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속도. 

자, 내 이름은 ***이고, 나는 한국에서 왔다. 그러니 나를 보고 뭐 중국인이다, 일본인이다 이런 말을 할 필요 없다. 나를 부를 때는 *** 이렇게 불러달라. 그리고 질문이 있으면 반드시 손을 들어라. 

좀 딱딱하고 건조하게 들릴지라도 이런 식의 스타일로 말을 하니, 아이들이 약간 초반에 좀 조용해 지고 내 카리스마?가 먹히는 기분이었다. 

대체 교사의 장점은 여기 저기 이런 저런 학교들과 학생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다는 점. 나는 엄한 대체 교사이기도 하지만, 속으로 은근히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혼자 웃게 되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