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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봄빛 그리고 공간

 어제는 간만에 하루 온 종일을 나 혼자서 보냈다. 가끔 엄마가 있거나, 약속을 해서 친구를 만나거나 해서 하루의 일부를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하는데 어제는 온 시간을 홀로 보냈다.  

 집에서 뒹굴거리며 내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잘 한 일은, 동네 목욕탕에 간 일. 아주 시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햇빛을 만나니, 봄햇살이 그렇게 따듯할 수가! 이 햇빛을 좀 더 좀 더 제대로 맞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굴같은 집에 있기가 싫었다. 선크림도 바르지 않은 채로 집밖을 나왔다. 밖에서 책을 읽을거라고 낑낑거리고 들고 나온 책은 시늉만 한 채, 동네에 있는 중학교, 놀이터, 슈퍼마켓 주변을 걸었다. 이런걸 산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놀이터에서는 음악도 들었다. 좀 더 오래 있고 싶었건만 놀이터에서 십대 아이들이 하는 욕지꺼리가 왜 이렇게 크게 들리던지! 그리고 콩콩이를 타는 아이의 콩콩대는 소리는 내 귀에는 거의 쿵쾅쿵쾅 수준이었다. 그러면서 '공간'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 서울 사람들. 쉴 수 있는 공간, 나 만의 적적하고도 고요한 그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야외 공간이 너무 적은것 같다. 나만 해도 내가 주로 이용하는 공간은 집, 회사 사무실의 내 책상, 그리고 대중 공간으로써 시끌벅적한 홍대, 이태원, 종로, 신사동 등.

 르비브에 살 때는 집 앞에 공원이 있었다. 그 공원은 그 도시의 오래된 역사 만큼이나 우람지고 오래된 나무들이 많고 많은 그런 공간이었다. 아, 갑자기 그 공원이 이렇게 그리워질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