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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 노곤함_일일 농활

 아빠가 계신 곳에 다녀왔다. 아빠는 십년이 넘게 농사일을 하고 계신다. 쌀농사만 지으시다가 최근들어 과일을 경작하고 계신다. 

 그 십년을 통틀었을 때, 어제 나는 가장 많이 아빠의 농사일을 도와드렸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아빠의 비닐 하우스에 들어가서 수박 모종을 심고, 물을 뿌렸다. 일은 단순해서 좋았고, 초반의 가벼운 노동은 나로 하여금 잡생각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었기에 좋았다. 약물을 줄때는 정말 손바닥만한 모종이 삼개월이 지나면 내 머리통만한 수박이 될 거라는 상상을 하니 정말 생명이라는 건 신기하구나!라고 느껴졌다. 마치 수박 모종이 내가 주는 물을 꿀떡꿀떡 받아 먹는것 같아서, 열심히 주었다. 더운 날씨만큼 내가 목이 마른만큼 어린 생명인 모종에게는 물이 매우 절실하리라. 생각이 되었다. 아빠도 '듬뿍듬뿍줘야혀~, 속으로 하나둘셋넷다섯'까지 세고 다음 모종 구멍으로 옮겨'라고 하신다. 

 아빠 일을 도와드린 하루가 지난 지금 온 몸이 좀 쑤신다. 그리고 사무실에 앉아있다. 아주 그냥 나의 저질 체력의 한계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 

 날은 더웠는데, 비닐 하우스 안에 들어가 보니 날씨가 아주 그냥 찜통처럼 더웠다. 그 찜통에서 한 시간만 버티다 나와도 다행이다. 사월 중순의 날씨가 이렇다면, 도대체 칠월 팔월의 날씨는 어떻다는 말인가...... 아버지가 고용한 다섯분의 아주머니분들은 싱글 벙글 거리시면서 '이번에는 딸도 오고 며느리도 와서 거들어 주니, 아주 수박이 풍년이겄네! 좀 자주 와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고 보니 아빠가 웃고 계셨다. 

 그래도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늘 아버지께 죄송했는데, 이번을 시작으로 좀 더 자주 내려가서 아빠의 농사일을 도와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