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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면허 필기시험

   한국에서 운전 면허를 딸 때는 별 생각 없이, '운전? 그거 아무나 다 하는거래.' 이런 생각으로 크게 집중을 하지도 않고 '증'을 딴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래서 필기 시험 (이제는 컴퓨터로 보기 때문에 다른 이름이 있을텐데......)을 볼 때에도 미리 공부를 하지 않고 당일날 찍기를 했는데도 이 무대포 정신이 통하여 가볍게 패스를 했다. 물론 머릿 속에 남는 건 없었고, 지식 없이 결과를 획득한 셈이었다. 내 친구는 운전 면허 문제집을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다 풀었다고 하는데, 그런 그녀의 자세를 내가 진작에 배웠어야 했던 것이다!

   한국에서 운전면허 실기 시험은 매우 험난했다. 운전을 연습하기에는 자가 차량이 없었고, 나의 방향, 운동 감각은 무척이나 둔했으며 주변에서 엄마와 오빠가 얼굴이 노래질 정도로 보조석에서 도와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떨어졌다. 그때는 사실 도로에 나서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겁이 나서, 나는 스스로 그 겁에 질려 있었고, 보조석에 앉은 시험관 혹은 선생님이 소리를 지르거나, 혀를 끌끌차거나 하는 식으로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결국 운전 면허 연습장을 비서울권으로 옮긴 후에야 결국 따 내었다. 내가 처음 했던 곳은 양재동에 위치한 자동차 운전면허학원이었다. 

   미국에 왔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다. 첫 1개월은 차가 없어서 무척이나 갑갑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도저히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중고차를 구매하였고, 그때부터 수차례의 엄청난 남편의 혹독하고 매섭고, 또 나를 서럽게 만드는 운전 교육을 통하여 지금까지 무사고로 지내고 있다. 나는 현재 국제 운전 면허증을 갖고 운전을 하는데 유효기간은 1년이다. 그래도 현지 '로칼' 면허증을 갖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이번 주 안으로 면허 시험에 합격하는게 당장의 목표이다. 오클라호마 운전자 매뉴얼을 읽는데, 뭐랄까. 쉽지 않다. 단어도 다 찾아야 하고, 생각보다 진도가 쉽게 나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얻은 지식이 좀 더 내 머릿속에 남는 참지식이 아닐까 한다. 뭐든지 고생을 하면 남는것 같다. 

   운전자 매뉴얼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말들은 "운전자 유형에는 '아동 유형', '부모 유형', '성인 유형'이 있는데, 아동 유형은 "난 그냥 내가 원하는대로 운전할거야!"식으로 운전한다. 부모 유형은 '넌 지금 제대로 길을 가지 않고 있어! 이 때 바로 깜박이를 켜야지!'라고 훈계를 하면서 타인의 운전을 평가한다. 가장 이상적인 성인 유형은 '흠. 지금 교통 상황이 이러이러하니 나는 이렇게 대처를 하면 되겠군'. 이렇게 침착하게 행동하고 분노나 스트레스를 조절할 줄 안다. 나는 '아동 유형'으로 운전을 했고, 그런 나를 남편은 엄청난 '슈퍼 부모'형태로 훈계를 했다. 결론은 얼른 내가 '성인 유형'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