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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살기+일하기

미국 생활 5년차: #한국어 수다 고픔을 요가로 해결

성인이 되어 해외 생활을 하는 한국 여성들이라면 이 글의 제목에 공감하지 않을까? 꼭 '해외'라는 말이 붙어야 할 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경험상 그러하다. 

특히나 나는 수다의 힘이 꽤나 크다고 믿는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수다를 떨다보면, 정말로 뭔가 영혼과 영혼이 맞닿는 것 같기도 하고, 말로 풀어냄으로 내 안의 고여있던 물이 탁, 트이는 기분도 든다. 물론 요즘같은 테크놀로지가 많은 것을 해결해 주는 시대에, 다행히도 무료 통화라는 것이 가능하여 가끔씩 친구들과 전화 수다를 떠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20대때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맛집이나 맛있는 술집에 모여 수다를 떨면서 어떤 '아우라'를 형성하는 것은 이제 거의 바이바이이다. 친구들과 모여서 깔깔대고 낄낄대었던 그 때가 참 그리웠다. 

더군다나 해외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과 수다를 떤다는 것은 2가지 의미에서 힘이 드는데, 언어+문화 차이가 그것이다. 아무리 영어에 의사소통상 문제가 없다고 해도 내가 살아온 근 30년의 한국 문화와 상대방이 이 곳 미국에서 살아온 문화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가뭄에 콩나듯이 한 두 명은 만난다. 상대방이 80대 노인이라 하더라도, 뭔가 영혼이 통하는 소리, 혹은 '아 상대방이 내가 하는 말을 정말로 진심으로 이해하고 계시구나!'하는 통찰의 순간이 온다면 그 사람과 같은 지역에 살지 않더라도 전화 수다가 가능하다. 때로는 내가 너무 내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는건 아닌가 싶어서 죄송할 때도 있긴 하다. 여기서 만난 한 친구는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한국 식당에 가서 주루룩 한식을 설명한 다음 이런 저런 수다를 떤다. 언어의 결이 다르기에 수다의 모양과 형태도 다르지만, 그러면 어떠랴. 마음이 통!한다는 것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러나 이들과의 이러한 달콤한 수다시간은 많지 않고 흔치 않다. 그래서 그냥 내 안의 나에게 집중하는 요가가 내게는 대안이다. 

수다의 고픔을 요가로 해결한다는 것이 좀 쌩뚱 맞아 보이긴 하지만, 해외 생활은 그만큼 좀 건조하고 재미가 없을 수 있다. 그래서 쉽게 가라앉게 되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몸에 집중하고 내게 맞는 요가를 하는 것이 사실은 정신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 사실 또 내가 미국에서 힘들다 힘들다, 안 맞다 안 맞다, 궁시렁대며 오 년이나 살았기에 여기에 적응하고 사고 방식의 변화도 있었을 것이다. (나 스스로는 눈치채지 못했을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