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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책 공연 리뷰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김정운

*탁, 치는 말 

아침에 비몽 사몽으로 핸드폰을 켜고, 또 무의식적으로 페이스 북에 들어갔다. 요즘 페이스북은 뉴스 모음 정리대 같다. 페이스 북에서 내가 좋아하는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의 글이 올라왔다. 전직 교수 김정운 저자와의 인터뷰 기사였다. 길어서 다 읽지는 않았지만, 아주 짧은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번 사는 짧은 인생,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기. 혹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안 만나기". 





*행복을 향한 큰 용기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4년동안이라는 시간동안 일본에 가서 미술을 배우고, 외로움을 경험하고, 그곳에서 쓴 글을 출판한 첫 책이 '때로는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는 책이다. 리디북스로 '미리읽기'를 하려했으나 뭔가 문제가 발생해 그냥 사 버렸다. 후회하지 않는 도서구매인것 같다. '머릿말'에 있는 저자의 말처럼,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대한민국의 '아저씨들'을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50대 60대의 한국 남성들을 지칭하는 말이라면, 거기엔 넓게는 나의 오빠, 아버지, 회사에서 뵈었던 상사들이 포함될 것이다. 

이 저자는 인터뷰 기사에서도 기자에게 다짜고짜 말을 한다. '제발, 왜 정년 보장되는 정교수직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갔냐는 질문은 말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 사람을 말할 때, 저 질문을 떼어놓고 말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이해도 안되고, 납득도 안되고, 좀 '허황되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처럼 직업 구하기 힘든 시절에, "정년이 보장되는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다니! 그리고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정점에 있었던것 같다. 대기업에서 콜을 받으며, 엄청난 강연료를 받으면서 경제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었을 시기에, 탁, 하고 그만 두어 버렸단다. 그런 의아함과 궁금증이 더 이 책을 읽게 만든 것도 있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한 번 밖에 살지 않는 인생인데 후회없이 살려면 외부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외부'에는 저자에게는 대학 강의, 강연료도 포함되는 것이었다. 사실 이 책에는 엄청나게 '새로운'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기 보다, 저자 스스로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일본으로 갔다는 그 자체가 매력적이다. 한국사회에서 그렇게 자유를 강행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문장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감동은 명확하다. 과연 '내켜서',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도대체 자기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난 교수를 내켜서 한 게 아니었다.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 그토록 내키질 않아 매번 신경질만 버럭버럭 내면서도,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의 달콤함에 지금까지 온 거다."(631p.)-참,솔직한 문장 같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는 고향 그리스를 떠나 74년 생애를 바람처럼 세계를 떠돌아다닌 '꿈과 여행의 작가 니코스 카잔챠키스의 대표작이다."ㅡ(629)

"느리게 걷고, 천천히 말하며, 기분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한 거다. 행복은 추상적 사유를 통한 자기 설득이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감각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일본에 건너온 지 꼭 1년이 되었다.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자유롭게 살고싶다는, 정말 가당치도 않은 만용으로 정년 보장 교수직을 '때려 치웠다.' 그러나 이내 후회하며 다섯 평 남짓한 일본의 차가운 방바닥을 구르고 또 굴렀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어투를 흉내 내며 "그따위 두려움은 개나 물어가라지!"를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내 두려움을 먹고 자란 그 개들은 이제 송아지만 해졌다."(619)

*내가 하고 싶은 일들 : 이 책을 읽으면서 얻는 소득은 내가 내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헤 보게 된다는 점. 저자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우리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에게 제한된 시간, 공간, 건강한 몸, 경제적 자유가 허락되었을때) 아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적어보자. 

-쿠바에 가 보고 싶다. : 쿠바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그냥 가 보고 싶다. 쿠.바. 라고 부르는 이름 자체도 멋지다. 

-소설을 계속 쓸 것이다. : 굳이 소설이라는 장르가 아니더라도 창작을 하고 싶다. Creative Writing. 

-뉴욕에도 가 보고 싶다. : 뉴욕의 가을도 정말 멋질 것 같다. 

-미국을 자동차 여행을 하고 싶다. : 잠깐 잠깐 며칠 며칠씩 미국을 돌아다니며 느끼는 것은, 그냥 엄청 피곤한 것은 싫긴 해도, 끝없는 도로 위를 달리는 것, 그것 자체만으로도 뭔가 자유로움을 느낀다. 

-다시, 그 곳에 방문하고 싶다. 우크라이나, 스웨덴: 내가 이 년 정도 머물렀던 나라들.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행복함이, 웃음이 절로 나올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