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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책 공연 리뷰

Arrival. 도착. 영화 'Arrival' -스포일러 포함-

영화 Arrival 을 보았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공상 과학 영화 팬은 아니지만, 한번 보기로 했다. 

-약간 지루한 시작 

솔직히 이 영화의 시작은 지루했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처음부터 돌아가서 생각하면서 보고 싶어진다. 그만큼 이 영화는 뭐랄까. 미스테리한 느낌, 뭔가 '장막'을 쳐 놓은 것 같다. 그리고 영화의 중 후반 부에 가면 그 장막이 걷어지면서, 아하! 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좀 지루하고, 지나치게 느린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한 느낌이 들게하는 다른 요인은, 사실 이 영화는 스펙타클하거나 총을 쏘고 부수고 하는 등의 장면이 없다. 닥터 스트레인지등의 마블같은 미국할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그러한 슬로우함을 발견한다. 

-If you can see the beginning and the ending of your life, would you change anything? 

만약 당신의 자신의 삶의 시작과 끝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의 삶을 바꾸겠습니까? 주인공의 이 한마디가 참 여운이 남는다. 관객인 나에게 물어보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한 번쯤은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만한 물음 아니겠는가. 이 질문을 하는 주인공의 목소리는 정말 지적이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녀가 '플래시'처럼 중간 중간 계속해서 떠 올리게 되는 '과거'의 장면인것 같은 설정의 '미래' 모습역시 매우 아름다운 설정이다. 

-무관해 보이는 두 이야기를 엮어라!

바로 이 플래시 영상이 이 영화를 해석하는 키워드라고 나는 봤다. 이 영화의 큰 얼개는 주인공이 언어학자로서, 전세계에 등장한 12개의 외계물체에 대응을 하는데 있어 국가의 부름을 받고 몬타나로 향한다. 그리고 몬타나에 출몰한 거대한 접시 모형의 검은 외계 물체와의 접속, 외계물의 언어를 해석하고 그들과 소통하려고 한다는 줄거리이다. 그런데 생뚱맞게도 이 영화가 전개될 때마다 계속해서 나오는것은 바로 주인공과 딸과의 관계. 딸이 갓난 아기일때부터 성장하여 죽을 병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소소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삽입되어 있다. 그리고 이 둘의 연결 관계를 푸는 것이 바로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 같다. 그런 면에서 영화가 참 구성을 멋지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미국 영화는 미국 영화

이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조용한 느낌이 있고, 좀 심오하면서도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것 같으면서도 또 '흠, 미국 영화는 미국 영화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어김없이 존재하는 영웅' 때문인것 같다. 그 영웅은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인 세계를 구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