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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

떠나는 자의 마음가짐: 오클라호마 편, 오클라호마에 살면 좋은 점

2016년 7월 19일 화요일이다. 

이번주가 지나고, 다음주 토요일이 되면 이제 우리 가족은 이제 이 곳 오클라호마를 떠나, 새로운 터전 콜로라도에 발을 붙이게 된다. 설레이기도 하고, 또 마냥 쉽지 만은 않았던 오클라호마에서의 일상이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좀 서운함+시원섭섭함이 섞여 있다. 그래도 혹시라도 누군가가 이 곳에서 와서 산다고 한다면 그들을 위해 내가 해 주고 싶은 말이 이 글의 주제다. 

오클라호마에서 살면 좋은 점을 적어보자. 

-조용하고 한적하다. 자녀 양육하기에 좋을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자녀가 없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이 동네 (오클라호마 주, 이니드 시)에서 아이들을 평화롭게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또 모르겠다. 막상 자라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좀 지루할 수 있겠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 동네는 인구 4만명의 소도시에 속하는 편이라 매우, 상당히 조용한것 같다. 한국에 가면 엘리베이터만 타려고 해도 사람들이 보이는데, 이 곳에서는 사람들을 구경하려면 몰에 가야한다. 어떤 때는 이 조용함이 견디기 힘들다가도, 또 어떤 때는 이 조용함에 매우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뭔가에 집중하기에 이만큼 좋은 환경도 없기 때문이다. 아주 예전에, 그러니까 내가 한국에 있을때, 내가 살던 서울의 어느 동네 떡볶이집 아줌마와의 대화가 있다. 나는 이 아줌마에게 '아줌마, 그래도 나 이제 이 지긋지긋한 일상을 벗어나서 미국으로 가요!'라는 의미를 담아 '저 미국가요' 라고 말했다. 그 아주머니, 내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셔서 '오클라호마요'라고 했더니, "어머, 내가 아는 동생이 예전에 오클라호마 주에 가서 공부하고 온 적이 있어요. 그 동생말이 거기에 진짜~할 거 없다고. 정말 지겹다고, 오죽했으면 할 게 공부밖에 없었겠냐고 그러던데?" 난 사실 이 곳에서 삼년 넘게 살면서, 이 아줌마와의 그 짧은 대화가 가끔 생각나곤 했다. 그 아줌마는 나한테 진심으로 사심없이 사실만을 전달한 것이었다. 맞다. 솔직히 말하면 여긴 정말 할 것도 없고, 심심한 시간이 많다. 문화적으로도 좀 꽝이긴 하다. 그래도 뭐든지 빛과 어둠이 있는 법, 이 환경을 잘 활용하면 좋은 글도 쓸 수 있고, 그림도 그릴 수 있고, 열심히 공부할 수도 있다. 

-기독교 문화: 나는 기독교 문화를 많이 접한 사람은 아니지만, 관찰자로서 볼때 크리스쳔들이 살기에 좋은 동네다. 정말 이 소도시에는 없는게 많지만 (홀 푸드 없음. 타겟 없음. 스프라웃 없음. 코스트코 없음.) 한 가지 많은 것은 교회. 정말 정말 교회가 많고, 나는 잘 모르지만, 뭔가 교회의 종류도 다양해 보인다. 다만 내가 느끼기엔 90프로는 개신교 Protestant 인것 같다. 

-빠른 날씨 회복:  예전에 어느 행사에서 만난 미국인 왈, "난 오레건에 살았었는데, 포틀랜드 오레건에 비해 오클라호마는 상당히 건조하고 날씨 변화가 빠르다. 예컨데 오레건은 습하고, 한 번 비가 오면 며칠 씩 계속 온다. 하지만 오클라호마는 비나 눈이 와도 길어봤자 하루가 가지 않아서, 눈도 빨리 녹아서 길이 쉽게 얼지 않는다." 이 말을 들어 보니 정말 맞는 말 같다. 

나는 아직도 한 번 가 보지 못했지만, 포틀랜드 오레건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말은 정말 많이 들어봤는데, 또 요렇게 비교를 해 보면 오클라호마의 날씨가 맘에 든다. 2013, 2014, 2015, 그리고 2016. 올해로써 네 번째 맞는 오클라호마의 여름은 가장 더운것 같다. 화씨 100도에 늘 가깝고 (하루 중 최고온도), 저녁에도 쉽게 해가 지지 않는다. 또한 습하지 않아서 머리를 다 말리지 않아도 밖에 나가서 좀 있다보면 어느새 마르는 머리카락. 그래서 머리카락은 좀 쉽게 건조해지고 상하기 쉽다.

-이상하리만치 으리으리한 집들이 있는 이니드: 사실 이 작은 도시에 살면서, 내가 가끔 좀 의아한 점은, '아니 뭐가 그렇게 볼 게 있다고, 이런 소도시에 저런 으리으리한 집을 짓고 살까?' 라고 느껴질 정도로 으리으리해 보이는 대궐같은 집들이 좀 있는것 같다. 또 여기있는 남편 동료의 아내와 대화를 한 결과, '그들은 좀 돈이 많은데, 남들에게 방해 받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여기와서 사는게 아닐까?'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것도 왠지 맞는말이올시다.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남자 중 한 명이 이 곳 출신이랜다. 

https://en.wikipedia.org/wiki/Harold_Hamm 이 링크를 보면 그 남자분을 확인할 수 있음. 

-공군 부대와 셰일 가스: 이니드에는 공군부대가 있고, 이 주변으로 셰일가스를 뽑는 기계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들이 바로 돈들어오는 구멍같다. 이 도시를 굴러가게 하는 경제의 원천이라고나 할까. 

권해 드립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처럼 한국에 살다가, 아니면 미국의 어느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남편이 공군부대 Vance Air Force 로 온다거나 해서 이니드로 오신다면, 내가 '이 것들을 해 보세요~'라고 추천하고 싶은 것들 

-아마도 오클라호마 시티에 자주, 종종, 상당히 종종 가시게 될 겁니다. 아시안 음식을 좋아하신다면 이 곳을 강력추천!!!합니다. 나만의 오클라호마 시티 맛집: 남편의 추천으로 가게 되었는데, 정말 뭔가 '인이 박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먹어도 먹어도 지루하지 않았던 베트남 쌀국수! 파란색 페인트의 이 집이 낡고 허술해 보이긴 하지만, 맛있음! 다만 이 맛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함. 

Pho Cuong 베트남 쌀국수집 

3016 North Classen Blvd, OKC,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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