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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책 공연 리뷰

뮤지컬 해밀턴 - 미국 문화의 핵심을 맛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Hamilton관람기

 

          들어가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Hamillton” 2015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300밀리언 달러 (3천억)의 수억을 올리며, “북 오브 몰몬Book of Mormon”이후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상 가장 큰 히트를 친 작품이라고 한다. 이 뮤지컬은 11개의 토니 상을 휩쓸었고, 16개의 토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퓰리쳐 상과 그래미 상을 받았다. 무엇이 이 작품을 이렇게도 뜨게하였을까? 심지어 우리는 이 뮤지컬이 콜로라도 덴버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표 판매 하는 날과 시간에 맞춰서 컴퓨터를 켜 놓고 구매 대기 했다. 나는 구매 대기 수만 번째 표를 받고 대기중이었으나, 남편이 운좋게 표를 구매할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해밀턴은 확실히 재미있고, 형식과 내용이 현대적이며, 큰 에너지가 느껴지는 뮤지컬이었다. 영국의 예속에서 벗어나는 미국이라는 역사적 변화기에 있었던 미국의 18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당연 제목을 딴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이 뮤지컬이 만들어진 배경 또한 재미있다. “해밀턴이라는 책과 음악을 감독한 린-마누엘 미란다 Lin-Manuel Miranda가 고등학생 시절 힙합을 즐겼는데, 그가 알렉산더 해밀턴에 대한 전기(Ron Chernow가 쓴 Alexander Hamilton)를 읽고 영감을 받아 그를 주인공으로 한 힙합 가사를 썼다. 이것이 시초가 되어 살이 붙어 지고, 백악관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고, 거기에 더 해져 뮤지컬로 완성이 되어 브로드웨이에 올려지게 되었다. 이 작품의 내용을 모르더라도, 이 뮤지컬의 신선함, 새로움을 보여주는 형식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백인 중심이던 기존의 뮤지컬 배우들에서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이 배우로 등장한다. 다인종 사회라는 미국의 일면을 뮤지컬 배우들에게서 느낄 수 있다. 또한 기존의 뮤지컬 음악보다 해밀턴에는 주된 음악 장르가 힙합, R&B라고 한다. 실제로 이 뮤지컬에는 나레이터가 등장하여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몇 년이 지나 어떤 일이 일어났다 와 같은 스토리 라인을 말해주는데 이 역시 힙합 스타일이다. 여기서 나는 문득 판소리 생각이 났다. 정말로 판소리에서 리듬감 있게 이야기를 구구절절하는 것이 힙합과 닮아 있다. 

<위 사진: 해밀턴 공연 브로셔>

<위 사진: 해밀턴 공연 브로셔>

<위 사진: 콜로라도 덴버 해밀턴 공연장 외부: 뷰엘 씨에터 Buell Theater>

<위 사진: 콜로라도 덴버 해밀턴 공연장 외부 및 포스터: 뷰엘 씨에터 Buell Theater>

<위 사진: 콜로라도 덴버 해밀턴 공연 브로셔>

<위 사진: 콜로라도 덴버 해밀턴 공연 브로셔>

<위 사진: 콜로라도 덴버 해밀턴 공연장 외부>

<위 사진: 콜로라도 덴버 해밀턴 공연장 내부>

<위 사진: 콜로라도 덴버 해밀턴 공연장 내부, 공연 시작 전>

 

 

뮤지컬 해밀턴의 대략적인 내용

미국 역사에 익숙하지 않고, 게다가 빠른 리듬감으로 대사를 와구구 쏟아내기에 이 모든 것을 따라잡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이 뮤지컬은 한마디로 미국 18세기에 실존했던 인물 알렉산더 해밀턴의 정치적 활동과 개인사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뮤지컬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지는데, 1부에서는 그의 젊은 시절 이야기이며 2부는 그의 중-노년기 및 죽음을 다룬다. 따라서 1부는 상당히 에너지가 넘치는 반면 2부는 좀 더 진지하고 슬픔까지 느껴진다. 이 뮤지컬이 집중하는 연도는 1780, 1791년이다.

 

해밀턴 <1부>: 정치적 성공만이 답이다. 야망남 해밀턴, 영국으로부터의 미국 독립을 꿈꾸다. 

 

12세에 어머니를 잃고, 이민자로 미국에 온 젊은 해밀턴은 정치적, 군사적 야망이 있었다. 그는 당연히 당시의 시대적 변화: 영국에서 미국이 독립해야 한다는 강건한 의지를 불태우고, 미국과 영국과의 전쟁에도 참여하며 이 시기에 자신의 상사인 조지 와싱턴 (이후에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 됨)을 만나게 된다. 이 만남이 해밀턴이 사회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발판이 된다.  해밀턴의 short tempered하며 야심이 강하고, 끈기가 센 캐릭터를 보여주는 대사중 하나는 “You will never be satisfied. 너는 만족을 할 줄 모를거다.”이다. 이는 사회적 성공을 하나를 이루면 또 다른 것을 향해 가는 그의 성격이기도 하며, 한 여성과의 관계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여성들과 관계 맺는 해밀턴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의 명성에 너무나도 집착한 나머지 정작 스스로 돌봐야 할 가족, 사랑, 자녀와의 관계에 등한시한다. 다른 대사는 “Don’t throw away your shot. 너의 한 방, 너가 생각하는 너만의 꿈, 생각, 야망, 욕심을 스스로 버리지 마라. 끝까지 쥐고 가라. I am not throwing away my shot.”

그 와중에 해밀턴은 아내가 될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 다리 역할을 해 준 사람이 해밀턴 아내의 자매이다. 해밀턴과 이 두 자매와의 관계가 묘하다는 것을 뮤지컬은 숨기지 않는다. 해밀턴의 여성편력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해밀턴은 자신의 여성편력이 세상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명성 legacy를 잃고 만다. 모든 자신의 활동을 이것, 레가시를 위해서 오르고 또 올랐건만 결국 스스로 저지른 행동으로 흥에서 망의 길로 간다. (미투 운동이 생각나는 것은 나 혼자일까) 1부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불거리는 바로 영국왕이다. 다른 인물들이 상당히 정치, 역사의 소용돌이속에서 진지함을 부르짓는 반면 이 영국왕이 유일하게 희극적이고 우스꽝스러우며 가볍고 재미있게 등장한다. 그는 영국과 미국의 관계를 사랑의 관계로 설정하고, 미국인 너가 나: 영국을 떠난다면 반드시 내 사랑 (영국의 사랑)을 그리워할 것이며, 내게로 돌아올 거라고 노래한다. 까메오처럼 등장하는 이 영국왕으로 인한 희극적 요소로 인한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다.

 

해밀턴 <2부>

해밀턴, 야망만 쫓지 말고 주변을 돌아봐라. 너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 행운아인지를 알아봐라. 그리고 그의 죽음.

 

해밀턴의 사회적 성공은 두 요인으로 망하는데 하나는 앞에서 언급한 개인사이며 나머지 하나는 그가 모시던 조지 와싱턴이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사임함으로 인해 해밀턴 또한 정치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의 아들이 총을 잘못 다루는 바람에 사고로 죽게 된다. 그는 그의 정치적 적이 그를 총살함으로써 생이 끝난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은 제임스 매디슨 James Madison,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존 아담스 John Adams, 조지 워싱턴Georgy Washington, 등이다.

2부의 마지막은 ‘(내가 죽는다면 그 후에는) 누가 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Who would tell my story? 라는 가사가 있다. 결국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해밀턴에게 남은 사람은 아내이다. 아내는 해밀턴의 여자 문제, 사회적 명성을 잃음, 그로 인해 아들이 권총을 쥐게 되고 이로 인해 아들이 죽게 되지만 결국 해밀턴을 용서하고 그를 돌봐준다. 해밀턴이 죽고 난 뒤에도 이 아내는 뉴욕 미국 동부에 최초의 사립 고아원을 설립하여 그 아이들의 눈에서 당신 해밀턴의 눈빛을 본다고 노래한다. 이 밖에도 이 뮤지컬의 장점 중 하나는 이 작품이 단 한 명의 입장만 대변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의 캐릭터를 잘 살려서 그들의 생각과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여성 인물들 또한 주인공의 부수적 인물로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그 역사적 상황 속에서 어떠 했을 지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하는 대사와 노래를 들려준다.

 

기억에 남는 대사들

Talk less and smile more. 만약 너가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면 말을 적게 하고 더 많이 웃어라. 사회 생활, 정치 생활을 위한 조언

토마스 제퍼슨과 해밀턴의 랩 대결 서로 정치적 입장이 다른 두 사람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랩으로 표현하면서 서로를 디스Dis하는 랩 대결. 토마스 제퍼슨이 해밀턴에게 넌 조지 워싱턴을 빼면 아무것도 아니야! You are nothing without Washington.” 이라고 하며, 이 둘이 대결을 마칠 즈음 조지 워싱턴이 해밀턴을 부르자 니 아빠가 부른다야.Your daddy is calling.” 라면서 해밀턴을 조롱함. “It must be nice to have Washington on your side.워싱턴이 니 편이라면 참 좋을거야

You got a hunger, when I was younger 라임?이 느껴지시는가. 헝거와 영거. 내가 젊었을 때 나 또한 너처럼 굶주림이 있었다. 이 말은 조지 와싱턴이 해밀턴에게 하는 말이다.

 

관람 후 느낌

역시나 브로드웨이! 라는 말이 느껴질 만큼, 콜로라도 덴버에서 본 뉴욕 브로드웨이의 공연은 참말로 와따!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들의 목소리가 정말 멋있었다. 우렁차고, 활기있고, 큰 에너지가 느껴지는 1, 계속되는 랩과 힙합 대사, 인상적인 두 역사적 인물간의 랩 대결, 여성 인물들이 부수적이거나 보조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 등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또한 다인종 배우들에게 이같은 기회가 주어지고, 그들의 연기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 방송 중에 래퍼들을 양산하는 쇼 미더 머니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여기에서 상당한 실력의 한국인 래퍼들이 한국의 한 역사적 순간과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이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미국의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같은 역사적 사건도 있지만 한국의 근대사, 역사는 또 얼마나 굴곡지고 할 이야기가 가득할까? 만약 내가 뮤지컬을 써 본다면 무엇을 써 볼 수 있을까? 혹은 랩 대결을 한다면 가장 쉽게 생각나는 두 사람이 바로 시어바지와 며느리 흥선대원군과 민비이다.

힙합에 대해 잘 모르는 내게도 Alexander Hamilton 이라는 가사의 리듬감을 준 공연이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 중 큰 부분이 이러한 문화 공연을 접할 때이다. 

 

더 보기

감독이자 작가 린 마누엘 미란다가 영감을 받았다는 책

-Book Alexander Hamilton by Ron Chernow 링크 아마존 닷컴  

https://www.amazon.com/Alexander-Hamilton/dp/B0007OB58A/ref=sr_1_1?ie=UTF8&qid=1520822237&sr=8-1&keywords=Alexander+Hamilton+by+Ron+Chernow

 

-뮤지컬의 원본이 된 책: 마누엘 미란다가 쓴 책 링크 아마존 닷컴

https://www.amazon.com/Hamilton-The-Revolution/dp/B01B8IRWLW/ref=sr_1_4?s=books&ie=UTF8&qid=1520822293&sr=1-4&keywords=hamilton

 

-유투브에서 발견한 만화화한 해밀턴: 가사를 제대로 볼 수 있음. – 유투브

https://www.youtube.com/watch?v=MwqkmfFJ6LU


  

이미지 출처: 아마존 닷 컴, 공연장 외부 사진은 직접 촬영, 공연장에서 받은 브로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