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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책 공연 리뷰

김기덕의 피에타를 보고.



피에타 (2012)

Pieta 
8.7
감독
김기덕
출연
조민수, 이정진, 우기홍, 강은진, 조재룡
정보
드라마 | 한국 | 104 분 | 201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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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피에타를 보았다. 예술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은 영화라고 본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속죄라는 주제를 화면에 저렇게도 담는구나. 라고 느껴졌고,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좀 덜 비위가 상하게 만들면 안되나......

내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은 '파란대문'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날것'에 대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좀 보기에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그런 점은 피에타에서도 보여진다. 피에타를 보고나서 친구와 점심 메뉴를 고를 때, 비위가 조금 거슬려서 기분이 찝찝할 정도였다. 영화의 초반에 나오는 부분들이 그러하다. 화장실 바닥. 남자 주인공이 동물의 일부를 잘라 '너가 정말 내 엄마라면 이걸 먹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끔찍하고, 징그럽다.

문제는 '왜' 그런 장면을 넣었을까 하는 것인데, 그러한 부분이 주제와 연결되는 것은 맞다. 출구가 없는 외롭고 고독한 남자 주인공 '이강도'의 삶.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을 삼키는, 복수심에 불타는 어미의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관객으로서는 '굳이'... 라는 생각이 든다. 왜이렇게 '쎄게' 만들수 밖에 없었나? 라는 질문이 드는 것.

그래도 이 영화가 참 완성도가 높고, 예술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점은 이 영화의 매우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구조 때문이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 후반부로 갈수록 무턱대고 잔인한 장면에서 벗어나, 그들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짚어준다. "청계천을 하늘에서 본 적이 있는가"라는 대사도 인상적이고, 실제로 위에서 바라본 청계천의 모습.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자집들의 풍경을 보면, 참으로 '돈이란 뭔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돈이 없어서 못갚을 것을 알면서도 10배씩 불어나는 빚을 지고서라도 돈을 빌리는 사람들의 '탈출할 수 없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한다. 계급의 문제... "돈이 뭐야?"라는 남자 주인공의 질문에 "돈은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지. 복수, 분노, .... " 라는 여자 주인공의 대답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남자 주인공은 '악마의 화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을 극악무도하게 불구로 만든다. 그는 고아다. 관계에 놓여있지 않은, 고독하기에 잔인해 질 수 있는...... 그런 고아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바로 조민수(여자 주인공)다. 여자 주인공은 이강도(남자 주인공)를 죽이려고 접근했지만, 그 역시 얼마나 불쌍하고 외로운 인간인지를 알게 되고, 그를 벌주려고 자살을 시도하려고 할 때 마음이 약해진다. 자신의 아들 '상구'를 죽인 '강도'를 복수하기 위해 모든 연극을 꾸몄지만, 그 앞에서 가해자에 대한 인간적 연민을 갖고 눈물을 흘리지만, 어머니는 강했다. 여자 주인공은 자살을 선택하고, '네 눈 앞에서 네 가족이 죽는 모습을 보는 끔찍한 고통'을 너(강도)도 한번 겪어 봐라. 라고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강도는 자신의 눈 앞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다. 그리고 곧 그 어머니가 자신으로 인해 예전에 죽음을 맞이했던 상구의 어머니라는 것을 안다. 예전에 죽은 상구-자살한 어머니-이강도. 이렇게 세 사람이 땅에 누워있는 장면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강도는 어머니가 상구를 위해 짰던 옷을 입고, 남은 두 사람을 묻어준다.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 불구자가 된 남자와 그의 아내가 사는 비닐하우스로 찾아간다. 트럭에 뻥튀기를 싣고 장사를 하는 여자(불구자의 아내)의 트럭에 자신의 몸을 묶어 죽음을 선택하는 이강도. 이를 모른채 새벽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은 속죄의 피를 남긴다.

화면 자체는 내가 보기엔 좀 지나치게 불편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탄탄한 구조는 정말 생각할수록 잘 짠것 같다. 속죄. 용서. 외로움. 고독. 그리고 돈. 정말 사람의 삶에 있어서 많은 중요한 테마들을 잘 엮은 영화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