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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책 공연 리뷰

[영화] 엘 불리-황소같은 열정, 혀끝으로 만들어내는 창의성, 스페인 쉐프 이야기-

 엘 불리. 황소.

 

# 경치

 스페인에서 바닷가가 보이는, 경치가 죽여주는 곳에 이 작은 식당 '엘 불리'가 있다. 다큐 영화 '엘 불리'는 이 고급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들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식당을 찾아준 손님들을 감동시키게 하는지를 그려 놓았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 나도 저런 식당에 한 번 가 보고 싶다. 가까운 사람과 함께 식당 근처 해변가를 거닐면서 사진을 찍고 여유를 느끼다가 조금 한기가 느껴지면 그 식당에 들어가서 3시간 짜리 코스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 그 3시간 동안 삼십 여 가지의 새롭고, 다양하고, 다채롭고, 놀라운 음식을 '맛'과 함께 '창의성'을 혀끝으로 느껴보고 싶다!" 그런 느낌이 들게 하는 영화가 이 다큐다. (그런데 엘 불리 레스토랑은 몇 년전 문을 닫았다고 한다.) 

 

# 식재료를 물감 다루듯이,

'요리'라는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하얀 쉐프복을 입은,

그들의 또다른 이름은 아티스트.

 

 작가가 손과 펜, 종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머릿속에 있는 창의력을 표현하듯이 페란 아드리아는 온갖가지 식재료, 주방도구를 이용해 새로운 미각을 창조해 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모방과 창조 딱 둘이다. 그들은 새로운 맛을 찾기 위해 6개월간 문을 닫고, 연구에 몰입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인 신메뉴를 개발하여 세상에 공개한다. 연구 기간동안은 식당을 떠나 바르셀로나에 있는 연구소에서 수백 수천가지 레시피를 만들고, 식감을 분석한다.

신메뉴 개발이라는 창조적 행위에 대해서 페란 아드리아(엘 불리 레스토랑의 최고 쉐프)는 이렇게 말한다. '생각을 하지 말고, 실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창조적이 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나올 지는 절대 모른다.'

 그렇게 문을 연 레스토랑이 돌아가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체계적이고 '리듬을 타듯이' 완벽한 흐름을 갖고 있어 보였다. 와우, 저런 식당에서 나같은 사람은 하루나 버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빡세 보였다.   

 

# 엘 불리. 도대체 아방가르드 식당이 뭐야?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나도 공부가 덜 되어 '아방가르드 식당'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알 수 없다. 다만 이 식당을 찾는 사람들과 그 손님들을 맞이하는 쉐프들은 '요리'를 맛을 내면서 허기를 채우는 것으로만 정의하지 않는다. 이 다큐의 주인공들인 희디흰 쉐프복을 입은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새로움, 창의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손님들이 이전에는 맛보지 못한 새로운 맛, 그 미각적 경험을 통해 신선한 충격을 받고 싶어하는데 그것이 바로 이같은 식당의 컨셉이다.

 

# 배우같은 쉐프들.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카메라를 쉐프들에게 상당히 가까이 들이 미는대도 대부분의 쉐프들이 떨지 않고, 카메라를 크게 의식하지 않아 그들의 노동 현장이 매우 자연스럽게 연출되었다는 것이다. 쉐프들은 이같은 연애인적 기질도 타고나는 것일까? 게다가 다들 각자의 개성이 있어 보이고, 참 훈남들이었다. ㅎ

 


엘 불리: 요리는 진행 중 (2012)

El Bulli: Cooking in Progress 
9
감독
게레온 베첼
출연
페란 아드리아, 오리올 카스트로, 에두아르트 차트루히, 에우게니 데 디에고, 아이토르 로자노
정보
다큐멘터리 | 독일 | 108 분 | 2012-09-13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