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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

여름

미국의 여름은 정말 태양빛이 강렬하다. 


서울은 해가 바뀔 수록 날씨가 점점 더 동남 아시아 처럼 바뀌는것 같다. 고온 다습. 


 서울의 여름도 만만치가 않은데, 오클라호마의 여름도 만만치가 않다. 우선 이 곳은 무지하게 건조하다. 아주 그냥 피부가 가만 있으면 쫙쫙 갈라지는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사실 요건 조금 오바한 표현인데, 암튼 그렇다. 아토피라는 예민한 피부를 갖고 있는 나로서는 더욱 피부, 태양, 습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 곳에서는 마치 해가 내 머리 위에서 직각으로 내리쬐는것 같다. 아주 그냥 대 놓고 두꺼운! 양산을 쓰고 선글라스도 쓰고, 선크림을 바르고 돌아다니고 싶지만 사람들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일 주일 전쯤인가, 도서관에서 꾸역꾸역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문명의 발전으로 스마트 폰으로 지도를 보면서 집으로 왔다. 길은 무척이나 쉬웠지만, 길은 정말 멀고도 길었다. 차로는 10분이면 족한 거리였건만, 걸어서는 한 시간이 꼬박 걸렸다. 더욱 재미있고도 황당했던 사실은 도대체 이 동네에는 '인도'라는 것이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도로 걸었다. 모든 길이 다 차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차도를 걸을 때는 뭔가 기분이 조금 씁쓸하고 또 조금더 씩씩해졌다. 모든 사람이 다 차를 타닌다고 해서, 내가 부끄러워할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가 그들보다 더 건강해질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나는 우울할 때 걷는것만큼 뛰어난 치료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걸으면서 주변 동네도 바라보고, 사람들의 사유지를 걷기도 했다. 인도가 없으니 잔디가 깔린 사유지라도 걸어야 차도를 피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풍경들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집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화창하게 아름다운 날씨에 멋드러진 이층집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지나가는 길에 맥도날드에도 들렸다. 오후의 맥도날드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읽고 있었다. 아, 이들에게 맥도날드는 그냥 커피숍 같은 것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어쨌든 우크라이나에서도 혼자 잘 걸었는데, 여기서도 조금씩 일부러라도 걸어야겠다. 미국인들의 삶은 편리하고 또 그만큼 쉽게 게을러질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물들겠지만, 일 주일에 한번씩은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