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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커뮤니티의 힘: 미국 초등학교 게스트 티쳐의 관찰기

시간 같은 약이 또 있을까 싶다. 

지난 금요일부터 시작해서 오늘이 다시 금요일이 되었으니, 이 한 교실에서 게스트 티쳐를 한 지 6번째 되는 날이다. 첫날과 지난 화요일이 한 학생의 놀라운 말과 행동으로 좀 아스피린 몇 알을 요구하는 두통을 야기하더니, 이제는 나도 아이들도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해 진 것 같다. 고작 6번이지만 말이다. 그러하다. 고작 6번만에 내가 아이들을 부드럽게 잘 다룰 것이라고 상상했던 것 자체가 착각이었다. 확실히 선생과 아이들과의 만남은 서로간의 길들이기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초반에는 문득 아주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를 만난 기분이었다. 나 스스로가 조련사가 되어 이 날뛰는 야생마가 내 말을 알아듣게 해야 하는데 나 역시 '너같은 야생마'가 처음이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게스트 티쳐로서 조금 편안해진 날들이다. 심지어 어제는 학교 사무실에서 비서 분께서 내게 2주 더 나와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담임 교사가 빙판에 넘어지는 바람에 휴가를 길게 쓰는 모양이다. 그래서 앞으로 2주를 더 일하면 그 다음 주는 봄방학 1주일이라 알겠다고 했다. 미국의 대체 교사Substitute Teacher는 이 학교 저 학교를 거의 매일 옮겨 다니는 게 일상이다. 애들을 만나는 것은 익숙해 진다하더라도, 길에 익숙치 않기에 운전이 늘 조심스럽다. 그래서 한 학교에 최대한 오래 있는 것이 나에게는 유익하다. 또한 내 신조는 10마일 안으로만 운전한다이다. 보통 15분에서 25분까지의 운전거리 안에 있는 학교를 선택한다. 이 학교는 아침 7시 15분에 집을 나오면 7시 35분에 주차장에 도착한다. 그리고 이때는 참 도로가 한가한 편이다. 최근 (2018년 기준) 콜로라도의 도로 교통은 좀 끔찍하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혼잡, 복잡, 난폭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최대한 출퇴근 시간을 피하고, 최대한 다운타운 쪽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커뮤니티의 힘: 콜로라도 심포니와 5학년 아이들의 협업 

어제는 특별 공연이 있다고 해서 전 학년들이 아우디토리움에 모였다. 알고보니 몇 달 전부터 이 학교의 4,5학년 학생들과 콜로라도 심포니 연주자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를 짓고, 그 이야기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짧은 음악을 작곡까지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작곡한 작품을 콜로라도 심포니 연주자들 5명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오보에, 드럼 및 실로폰 )이 연주를 해 주었다. 그 밖에도 무대에 서지는 않았지만 콜로라도 심포니 연주자들이 아이들에게 이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많이 가르쳤다고 한다. 음악은 클래식 악기들로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집중했고 (가사가 없다.), 한 선생님이 무대에 올라와 아이들이 창작한 이야기를 낭독해 주었다. 확실히 아동의 상상력은 성인을 능가한다. 알라스카에 귀신이 있는 집Haunted house in Alaska 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미국의 초등학교는 정말로 학군 혹은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 부모의 인컴이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 학교는 저임금 히스패닉, 흑인 아이들이 대부분인 학교이다. 아이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접하고, 직접 작곡을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교육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회는 바로 어른들이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실제로 이 학교의 선생님들은 정말로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다. 어제는 수학 선생님과 짧게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 학교에서만 6년째라고 했다. 와, 무엇이 당신에게 이 학교에 계속 오게 만드냐고 물었더니 커뮤니티라고 했다. 나는 이 학생들의 부모를 알고, 형제 자매도 가르쳐서 대부분의 가족들을 알고 있다. 또 한 학년만 가르치지 않고, 다양하게 가르치기 때문에 그다지 지루하지 않는것 같다. 이 선생님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것 같다. 또한 이 선생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상당수가 스페인어, 영어를 쓰는 바이링구얼 이중 언어 사용자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더 쉽고 가까워지는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은 대부분 집에 가면 스페인어만 쓰는 것 같다.


내가 있는 2학년 아이들은 관객으로 참여했기에, 역시나 그 아이는 두 발을 앞 의자 위에 올리고, 온 몸을 비틀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오늘도 잘 해보자. 2학년 아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