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한국어가 꽃피는 사마르칸트"
저자: 이석례
사진출처 및 도서 정보: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BOK00028471739YE
해외 봉사 단원, 코이카를 꿈꾸는 자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
이 책은 코이카 국제 봉사단 활동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솔직하게 해외 봉사 단원으로서의 일상 생활에서부터 임무까지 꼼꼼하고 생생한 기록이 담겨 있다. 나 역시 2009년부터 코이카 국제 봉사단 단원으로 우크라이나에서 2년동안 거주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참 많은 부분이 동감이 되고, 또 작고 세세한 부분들까지 기록으로 남겨 출판을 했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 책의 저자는 내 어머니다.
해외 봉사 단원은 '생존'의 의미를 몸으로 체험하고 외로움, 고독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된다. 이 책에도 낯선 나라에 홀로 거주하는 한국인 봉사 단원의 그러한 시간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우즈벡키스탄에서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온수가 든 물통을 끌어안고 잤다는 기록을 읽을 때는 마음이 짠했다.
업무와 성과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시울이 붉어졌던 부분은 저자가 봉사단원으로서 자신의 한국어 학생들을 백일장 대회에 참가시켜 상을 탄 장면이었다. 저자와 상을 탄 학생이 서로 얼싸안고 운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이 상을 타서 이제 나도 한국에 유학을 가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마음이 든 학생은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감이 컸을까! 우즈벡키스탄에서 한국은 일종의 '코리안 드림'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나라인가보다. 그래서인지 백일장에서 상을 타서 이것이 한국으로 가는 큰 주춧돌이 된 경우는 정말로 봉사 단원으로서 큰 성과가 아닐까. 나 역시 우크라이나 르비브 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사를 했고 나는 학생 한 명을 한국에 교환 학생 제도로 보낼 수 있었다. 그래도 어머니의 경험과 경력에 비하면 작다.
특히나 이 학생들이 직접 한국어로 쓴 글은 매우 신선하고 뜻깊게 다가왔다. 이 책에 보면 두 학생의 작품이 담겨있다. 우즈벡인이 한국어로 쓴 글을 보니 뭔가 한국어의 세계가 훨씬 다채롭게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인인 내가 영어로 글을 썼을때, 미국인들이 내 글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언어로 서로 다른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것은 큰 일이다. 한국인으로서 미국이라는 곳에 와서 새로운 기회와 경험을 찾으려는 내 자신의 모습이 이 백일장에 참가해서 상을 탄 우즈벡키스탄 학생들의 모습과 겹쳐졌다. 낯설고 새롭고 또 그만큼 빛이 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외로움과 고독 혹은 어두움을 모국이 아닌 타향 살이를 통해 배우고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즈벡키스탄에서 2년을 생활한 저자인 나의 엄마 역시 그러했으리라.
그래도 뜨는 무지개.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코이카 생활을 무지개에 비유한 부분이다.
"봉사활동으로 보낸 시간은 내 인생에 무지개처럼 걸려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다. 꿈만 꾸다 사라져 버린 무지개가 아니라 또 따라가면 갈수록 도망가 버린 그런 무지개가 아니라 꿈이 서려 있는 그리고 그 꿈이 실현된 아름다운 무지개다. 무지개가 피어나기 위해서는 비가 내려야 하듯이, 이 세상에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즐거운 시간도 있었지만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봉사 활동을 했기 때문에 뿌듯하고 행복하다. "
아마 인생도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인 나의 어머니는 이 코이카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정말로 7번 떨어졌고, 8번째에 드디어 봉사 단원으로 합격했다. 무지개를 꿈꾸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감동적이기도 하거니와, 속으로 '(아무리 내 엄마라 하지만)정말로 대단하고 끈질기다' 라는 생각이 안 들수가 없었다. 보통이면 한 두 번 지원해 보고 안되면 포기하지 않는가. 어찌하였든, 그렇게 엄마는 2013년에 우즈벡키스탄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몇 주 후, 미국 오클라호마로 향했다. 우리 둘 다 한국을 떠나 각자의 새로운 꿈과 무지개를 향해 말이다.
우즈베키스탄, 그리움. 그리고 새로운 시작
어머니가 이 년 넘게 이 낯선 땅에 계시는 동안, 나 역시 이를 기회로 여겨 이 나라에 방문했었다. 이 책을 읽으니, 그때는 없었던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불쑥 올라왔다. 아, 다시 기회가 된다면 이 나라에 한 번 더 가 보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 특히 나는 사마르칸트의 문화적이고 고요하고 깨끗한 도시도 좋았지만,그 옆에 있는 자연이 매우 좋은 산에 간 것이 정말 좋았다. 이 산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라 먼지가 일고 덜컹거리는 길을 한 두시간 달려야 하지만, 그 뒤에는 산을 타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 산이 참 나는 좋았다. 산으로 가는 길에 염소도 보이고, 염소젖을 짜서 우유처럼 만들어서 팔기도 하는데, 그 맛이 참 뭔가 새롭고 신선하고 맛있었다.
나는 여전히 이 곳 오클라호마에서 내 삶을 일구고 있고, 어머니는 임기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이 책을 최근에 출판하셨다. 내 꿈도 작가이지만 현재로선 블로그라도 열심히 운영하는게 목표이다. 나 또한 내가 이 년을 몸담았던 우크라이나에 꼭 한 번 가 보고 싶다. 아직도 스카이프와 페이스북으로 사람들과 연락을 하지만, 내 마음 속의 무지개가 나를 잊어버리기 전에 꼭 한번 그 곳에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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