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되돌아 보는 인생의 의미!
아무르. 이 영화가 참 보고 싶었다. 그 이유는 순전히 감독 때문이다.
아주 예전에, 이 감독 미하엘 하네케가 만든 '피아니스트'를 보았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피아니스트에서는 한 인물의 뒤틀려있지만 생생한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영화 '아무르'에서는 건조하면서도 낮은 목소리로 사랑과 죽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거기에 닿기엔 무리인 나.
그래도 잘 보았다.
"Amour"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두 사람은 서로의 종말까지 함께 한다.
상대방의 죽음까지 함께 한다는 것은 엄청 위대한 일 같다.
여자는 노년기에 반신 마비가 오고, 그 후 수개월간 점점더 몸과 정신이 망가져간다.
남자는 그런 아내를 돌본다.
나는 살아있는데, 내가 사랑했던 너는 죽어간다.
매일 매일 죽어가는 이의 신음소리를 들어야 하고, 무너져가는 신체를 보는 살아있는 나는 얼마나 외로울까.
정신이 온전해 있을 때 아내는 남편에게 완강하게 말한다. "나를 병원이나 요양원에 넣지 말아줘요!" 그리고 남편은 그런 아내의 소원을 들어준다. 아내는 서서히 무너져간다. 혼자서 설 수 없고, 소변을 지리고, 말을 잃는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남자는 정말 성숙한 사람이 아닐까. 죽어가는 아내를 지켜보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 남자는 악몽에 시달린다. 물로 차 있는 복도에서 알 수 없는 손이 뒤에서 나와 남자의 입을 막아버린다. 그리고 그런 악몽에 시달려도 남자는 이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딸이 있다. 이 딸은 가끔 부모님의 집에 들른다. 그리고 엄마의 악화되는 상태를 보고, 울고불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말한다. (이자벨 위뻬르). 하지만 그녀의 강력한 목소리는 공허하다. 아버지의 차가운 한마디에 말이다.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거니? 어머니를 너희 집에 데려갈래? 네가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셔다 드릴래?"
이 명료한 질문에 딸은 무기력하다. 그녀는 침묵을 지킨다.
"Simple Life"
몇 주 전에 같은 장소에서 본 '심플 라이프'역시 '아무르'와 유사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노년기, 죽음, 돌봄, 관계.
그런데 심플라이프는 무척이나 눈물이 나게 만들었다.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뭔가 감정이 복받쳐서 엄청 눈물을 줄줄줄 흘리며 보았다. 마치 이 영화는 "인생은 단순한 거야. 그저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내가 이 한 생을 살면서 누군가를 진심으로 깊이 사랑했으면 그걸로 된거야. 그리고 그 사랑은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라고 말하는 것 같다.
반면 아무르는 상당히 건조하다. 리얼하고 건조한 시선으로 죽음과 사랑에 대해 낮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 것 같다.
"Amour+Simple life=relationship"
무엇이든지 시작과 끝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물며 한 사람의 생은 더할 나위 없이 탄생과 죽음이 중요할 것이다.
난 어떤 죽음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마침'의 그림을 상상하고 있을까?
인생, 그거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것'이긴 하다. 태어남과 죽음의 주체가 바로 나 혼자인것.
하지만 그 태어남과 죽음 중간을 채우고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인것 같다.
내가 맺었던 관계들. 거기서 주고 받은 것들이 내 삶, 탄생과 죽음을 풍요롭게 해 주지 않을까.
나는 내게 좀 더 깊은 혜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일상의 소소하고 작은일에 상처받거나 연연해 하지 않고, 아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빈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인데, 너무 작은 것에 눈이 뒤집어 지고,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결국 소중한 것은 사람이고 사랑이라고 되새기고 또 되새겼으면 좋겠다.
아무르 (2012)
Love
- 감독
- 미카엘 하네케
- 출연
- 장 루이 트렝티냥, 엠마누엘 리바, 이자벨 위페르, 알렉상드르 타로, 윌리엄 쉬멜
- 정보
- 드라마 |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 127 분 | 201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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