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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책 공연 리뷰

[Book Review] 나의 사랑스러운 소냐!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소설-

 간만의 휴식. 홀로. 외롭지 않게.  

  아, 정말 오랜만에 긴 소설을 읽고 있다. 어제는 약속이 없는 일요일. 집에서는 책을 한 장도 읽지 않는/못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 때문에, 나름 호화롭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연히, 알라딘 서점 홈페이지를 살펴 보다가 알게된 '로쟈'님의 블로그. 거기에서 본 러시아 문학에 대한 소식들. 우크라이나에 있었던 2년의 기억은 나로 하여금 우크라이나, 러시아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그리하여 내가 선택한 이 책.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이 러시아 작가의 소설을 냉큼 집었다.


소네치카

저자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출판사
비채 | 2012-10-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러시아의 대표 여성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제2회 박경리문학상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소냐의 일생.

  이 두꺼운 책에는 총 세 개의 이야기가 있다. 어제는 첫번째 소설 '소네치카'를 읽었다. 러시아를  조회화는 구사하는 나는 개인적으로 '소녜치카'가 더 원발음에 적합한것 같다. (크하~ 왠 자랑.ㅋ)

소냐를 애칭으로 부르면 '소녜치카'가 된다. 나는 러시아어의 애칭에 대한 다양한 버전이 있는 게 참 좋다. 공식적으로는 소냐라고 불리겠지만, 사적인 관계에서는 '소녜치카'로 불리는것. 

이건 참 만적이고, 귀엽고, 사랑하는 사람을 부를 때 정식 이름보다는 조금 변형한 애칭이 있다는 건, 나를 그만큼 더욱 특별하게 받아들여준다는 것 아닐까. 러시아어는 그런 면에서 참으로 화려한 언어인것 같다. 주인공의 이름에 대한 서설이 길었다. 


 이 소설은 소냐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작가의 인물, 상황에 대한 묘사력도 뛰어나고, 화자가 상당히 중립적인 위치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더욱 재밌는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너무도 사랑했고, 책으로만 인생을 이루었던 소냐에게 다간온 중년의 남자. 로베르토. 로베르토와 결혼을 하고, 소냐는 '책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소냐의 일생'이 아닌 '여자'의 일생을 살아간다. 엄마의 이름으로. 아내의 이름으로. 한 가정을 수호하는 여성의 이름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소냐는 진정한 행복감과 충만한 사랑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딸의 친구, 야사가 집으로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엄청난 전환점을 이루게 된다. 


 의문점. 의구점.

 이 소설의 후반부에 아주 결정적인 사건이 터진다. 진부한 소재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바로 할배 로베르트의 바람. 소냐의 남편이 바람을 피운 상대는 바로바로바로 딸의 친구! 그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바로 소냐가 그 사실을 알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하지만 그녀는 보통 사람들이 납득하기 쉽지 않은 선택을 한다. 이는 바로 소냐-남편-야사 라는 야리한 삼각관계를 유지한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이같은 소냐의 후반기 인생이 참 아직은 납득이 쉽게 가지 않는다. 그리고 화자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고, 관찰자의 입장에서만 서술해 놓았다. 


소냐는 이토록 행복하고 또 그만큼 비참한 '가족과 연결'되었던 삶을 접고, 다시 조용히 책을 읽는 이전의 소냐의 삶으로 돌아가, 평화롭고 고요하게 자신의 삶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