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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책 공연 리뷰

[책] 결혼 해도, 안 해도 다 괜찮아

리디북스, 사랑해! 

미국 생활 2년째이다. 해외에 살면서 모국어로 된 책을 읽는 기쁨은 참 크고 그 경험은 값지다. 이번에 리디북스를 통해 구매, 다운로드, 완독한 책은 바로 박혜란 저자의 '결혼해도 괜찮아'이다. 고른 이유는? 읽기 쉽게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진 것 같았고, 또 결혼 3년차인 내게 좋은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것 같아서이다. 아, 정말 벌써 삼년이다. 강산이 삼분의 일은 바뀌었을까? 


결혼해도 괜찮아

저자
박혜란 지음
출판사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5-02-2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결혼 45년차 여성학자 박혜란은 결혼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읽고난 느낌: 

재밌었다. 저자가 참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검열없이 촥, 써 내려간 느낌이었다. 또한 저자는 말을 다루는 솜씨도 있고,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상당히 각자의 삶에 있어서 '성공'적인 인생을 그려 나가고 있어 보였다. 

그래도 '여성학자'라는 이름표가 붙어서 뭔가 조사, 연구의 결과가 덧붙여 있을 줄 알았지만 그런건 없었다. 저자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 재료로 삼았다. 여자들만의 공간, 여성 전용 찜질방, 미용실, 네일 아트샵 같은 곳에서 아주머니들이 허심탄회하게 인생, 결혼 이야기를 밀도 있게 하는것 처럼 느껴졌다. 모국어, 모국어로 나누는 수다가 그리운 내게 시기적절한 책이었다. 


결론

: 이 책을 읽으면서 든 결론은 정말 결혼은 해도 되고, 안 해되 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왜 결혼을 하나? 경제적인 이유 및 정서적인 유대감을 찾기 위해서인것 같다. 정서적 유대감은 굳이 결혼을 통한 배우자, 혈연 자식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예를 든 주변 사람의 경우, 시골로 들어가 농촌 공동체를 자신의 진짜 공동체로 만들어 그 사람들 속에서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노후를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최근에 읽고 싶어진 한 책이 떠 올랐다. 


Bettyville (Hardcover)

저자
George Hodgman 지음
출판사
Penguin Group USA | 2015-03-10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A beautifully crafted memoir, rich...
가격비교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노모를 보살피며 자신의 삶에 대해서 쓴 글이다. 저자는 미국 에서도 상당히 보수적인 지역에서 태어나, 자신의 부모는 저자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저자가 npr 방송에 나와 인터뷰를 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기자가 물었다. "당신은 현재 싱글인데 가족이 없어서 외롭지 않나요?" 그가 한 대답은 "나는 내 주변의 싱글 게이 친구들과 함께 행복하게 늙어갈 거에요. 그들이 나의 공동체이고, 내 가족입니다." 참 인상적이었다. 이 역시 결혼이나 혈연이 아닌 커뮤니티를 가족으로 삼고, 이들과 함께 정서적 유대감을 만들어 가겠다는 말 아닌가.

나는 결혼 3년차이고, '결혼 이민'이라는 말을 내게 적용해야 한다. 정말 남자를 보고, 한번 살아보겠다고 겁없이 이 곳으로 왔으니 말이다. 아주 험난했던 초기에 비해서는 지금은 상당히 많이 정착이 되었다. 그래도 현재의 결론은 부부관계역시 박혜란 저자의 말처럼 상대방에게 기대를 많이 할 수록 실망하는 법이고, 결국 이 관계에서 우리 둘다 노력을 하면 이 결혼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결혼은 뭘까? 저자의 말처럼 서로를 성숙시켜주는 관계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말이다. 

30대인 내가 다른 세대에 속하는 저자의 책을 읽는데에는 약간의 아리송한 부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적으로 수긍이 갔다. 저자가 남편에게 감사의 편지를 쓴 것은, 낮은 자세, 작은 것에 감사히 여기는 마음을 느끼기 위해 좋은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의 묘미는 저자가 직접 쓴 주례사가 아닐까 한다. 주례사 밑 내가 밑줄 친 부분을 적어본다. 

-과분하게 소유했으면서도 늘 부족하다고 불평만 했던 건 아닐까. 결국은 애잔함으로 마무리될 삶을 뜬구름 같은 욕심 때문에 헛되이 낭비해 온 것은 아닐까. (305)

-누구나 죽는다. 모든 인간은 시한부 환자다. 그러나 또 모두들 애써 그 사실을 잊는다. 그리곤 자신만은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마구 써 버린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도 나와 더불어 영원히 살리라고 믿으면서 마구 대한다. (283)

-(주례사 중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마십시오. 하지만 동시에 너무 행복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 인생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결혼도 맘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때마다 쉽게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마십시오. 그대들은 결혼해서 불행해진 것이 아닙니다. 가슴 속에 깊이 가라앉은 처음의 낙관주의를 길어 올리십시오. 내 행복을 만들어 주는 것은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