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미국 생활도 2년이 넘어간다.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는데, 또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후쩍 가 버린것 같아, 뭔가 안타깝고 그렇다. 2013년 3월에 도착했다. 그리고 지금은 2015년 4월! 어쩌다 이 이 년이 손가락 사이의 모래처럼 후루룩 흘러가 버린 것 같다.
그 시간동안 내가 터득한 미국살이의 중요한 두 가지 태도는 외로움과 친해지고, 스케쥴을 잘 짜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결국 마음의 평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
물리적 거리
사실 이건 타인에게 하는 조언이라기보다, 나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의 말에 가깝다. 미국살이라고 해도,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라. 오클라호마 시골에 살고 있는 나에게 하는 말이 더 정확할 듯하다. 서울과 이 곳 오클라호마의 가장 큰 차이는 공간적 여유인것 같다. 이 곳과 저 곳의 거리가 멀다. 내가 살았던 서울 동작구에는 현관 문 열고 5분 내에 편의점혹은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여기엔 그런게 없다. 그래서 차에 시동걸고 어디로든 가야한다. 월마트든 알디(Aldi)이든...
사람과의 거리
지금은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내가 상태가 좋아서 사람들을 막 찾아 나서지 않으면, 하루 종일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정말 아무와도 말을 하지 않을때가 가끔 있다. 오늘이 그렇다.
그래도 나는 워낙 관계지향적 인간이라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으면 좀 갑갑해 하고 그렇다. 누군가와 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멀리 있는 엄마와 채팅을 하거나,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카톡을 하거나, 좀 더 에너지가 있으면 동네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본다. 영어 수업을 통해 가까워진 80대 할머니, 페루에서 변호사를 하다가 결혼을 통해 미국에 정착을 하게 된 친구, 그리고 나의 이 시골 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는 영어 모임 사람들.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약간의 마음 오고감이 있고 나면, 나 스스로에게도 에너지가 생겨서 공부에 더 집중을 잘 하게 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기보다, 이 머나먼 타향 살이에 좀 더 성숙하고, 능숙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 그러니 외로움을 덜 타고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다시 돌아와서 원점. 내 마음의 한 가운데.
모든 것이 마음의 문제이겠지. 그래서 마음이 고요해지면 무엇을 해도 가능하다. 공부도 집중이 잘 되고, 남편과도 잘 지내고, 멀리 멀리 있는 친정 식구들에 대한 생각도 가벼워진다.
써 놓고 보니, 이건 그냥 미국 살이에 대한 처방법이라기 보다, 어디에 있건 생존의 방법이 아닐까.
달래주기. 나의 몸을.
오늘 나의 생존법은 그냥 그랬다. 남편이 출근할 때는 잘 일어나서 배웅도 잘 하고, 다시 잠에 들지 않기 위해 커피를 3잔씩이나 위에 퍼 부었다. 빨래를 돌리고, 그러나 몸이 잘 깨어나지 않아서 그냥 집에서 빈둥 빈둥 거리다 감기약 한 알을 삼키고, 또 빈둥 거리다,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커피숍에 나와 숙제를 하고 블로그에 몇자 남겨본다. 뭔가 '생산'적이지 않은것 같아서 씁쓸함이 없지 않지만, 친구의 말을 위로삼아야겠다. '몸도 달래가면서 일해야 한다'. 맞다. 건강이 최고이므로, 따라서 몸도 살살 달래가면서 살아줘야 한다.
사진 설명: 오클라호마에 온 첫 해의 이맘때. 저 노란 유채밭 같이 생긴 밭의 정체는 카놀라유 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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